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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가을
genesis | 추천 (0) | 조회 (436)

2010-11-27 14:58

가 을

 

                                       김 현승(1913~1975)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 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