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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화장실 귀신
kklist21 | 추천 (0) | 조회 (471)

2010-12-30 17:08

2004년, 나는 꿈에 그리던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갔다. 그런데 불과 2주 뒤, 고난이 시작됐다. 열 개나 되는 군가를 외우지 못한 것. 급기야 나는 군가를 부를 때마다 붕어처럼 입만 뻐금댔다. 곧 훈련관의 날카로운 레이더에 걸려 된통 혼이 났다. 하지만 꽉 짜인 일정 때문에 군가 외울 틈이 없었다. 밤 열 시 모두 취침에 들어가면 나는 조용히 화장실로 갔다. 먼저 한 곡씩 가사를 외운 뒤 군가 부르기에 도전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날 무렵, 장교대에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화장실에 귀신이 있다는 것이다. 무서웠지만 그렇다고 연습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날도 화장실에서 군가를 부르는데 순간 불이 환하게 켜졌다. 내 룸메이트였다. “너였냐? 귀신이? 밤마다 귀신이 우는 줄 알고 얼매나 무서웠는데!” 그날 이후 내 고충을 안 룸메이트의 도움으로 군가를 완전히 외웠다.
그 뒤 나는 단체 구보를 할 때 누구보다 군가를 크게 불렀다. 지금도 힘들거나 외로울 때면 군가를 부르며 힘과 용기를 얻는다. 내 젊은 날의 소중한 꿈과 추억이 담겨 있기에.


필자 : 전영자님 서울 용산구 용산2동 
출처 : 월간《좋은생각》 2009년 0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