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7 © 야설의 문
낙서 | 유머 | 성인유머 | 음악 | PC | 영화감상 | |
게임 | 성지식 | 러브레터 | 요리 | 재태크 | 야문FAQ |
“병장 홍영근은 1월 5일부로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얼마나 기다리던 전역인가. 2년간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위병소를 떠났다. 정든 군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뒤 친구들과 전역 파티를 할 때였다. 휴대전화로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 왔다. “홍영근 씨 맞으시죠? 여기 경남지방병무청입니다.”
왠지 예감이 불길했다. “대단히 죄송한 얘기지만 병무청에서 홍영근 님의 전역일 계산을 잘못했습니다. 전역일은 1월 5일이 아닌 12일이라서 재입대를 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아니할 경우, 탈영병으로 법적 제재를….”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무 말도 못하고 휴대전화를 든 채 넋 놓고 있는데 휴대전화 너머로 요란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1년 먼저 전역한 친구가 장난친 거였다. 하지만 당할 대로 당한 나는 부대와 병무청에 전화해 내 전역 날짜를 확인한 뒤에야 마음을 놓았다. 전역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 가끔씩 그때 전화를 받았던 행정관님의 말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부대가 그리운 모양이군. 부사관 지원 신청서 준비해 놓을 테니 와서 서명만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