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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잊지 못할 새참
kklist21 | 추천 (0) | 조회 (426)

2011-01-05 16:25

1980년대 초 연천에서 군생활을 할 때 전차병인 나는 보병을 지원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파견을 나갔다. 하루는 전차가 있는 진지에 나가 오일을 교환했다. 작업이 거의 끝나 갈 즈음 인근 논에서는 마침 한 아주머니께서 새참을 내오셨다.

선임병과 나는 새참을 얻어먹기로 하고 논두렁으로 갔다. 난데없는 불청객이 찾아왔는데도 언짢아하지 않고 모두 반갑게 맞아 주셨다. 그런데 새참이 돼지 불고기에 상추쌈이었다. 손이 기름 범벅이라 어쩔 줄 몰라 하며 가만히 앉아 있자 아주머니가 쌈을 싸서 계속 입에 넣어 주셨다.

“아휴, 어찌나 밥을 맛있게 먹는지, 난 먹을 새도 없네.” 내가 넙죽넙죽 받아먹는 모습에 흡족해하며 당신은 드실 생각도 않으셨다. 이 모습을 보던 아주머니 한 분이 “사위 삼을라 그라오. 좀 잡수면서 싸 주구려.” 하셨다. 내가 넉살 좋게 “혹시 따님이 있습니까?” 하니 아직 고등학생이란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따듯해진다. 지금쯤 할머니가 되셨을 아주머니께 기회가 된다면 옛이야기 나누며 따듯한 밥 한 끼 대접하고 싶다.


필자 : 박완수님 
출처 : 월간《좋은생각》 2009년 0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