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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 계급장을 달고 얼마 안 되었을 때다. 우리 부대는 보안 통제가 엄격했는데 특히 대대장님도 허가 없이는 출입이 제한된 방이 있었다. 그런데 후임병이 그 방을 출입할 수 있는 책임자로 뽑힌 것이 아닌가.
한 달 뒤 후임병이 평소 그 방에 대해 궁금해하던 나에게 그곳을 구경시켜 준다고 했다. 동물원 구경을 가는 아이마냥 호기심이 생기고 겁도 났다. 후임병과 한창 방을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있는데, 무전기로 부대장님과 간부들이 오고 있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피할 새도 없이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문 뒤에 몸을 숨겼다. 방을 둘러보던 간부들이 문 쪽으로 다시 발길을 옮기는 듯했다. 그러더니 아! 내 눈 밑으로 간부의 군화가 보였다. 순간 머릿속에는 "죽었다." 이 생각뿐이었다.
지금은 개방되어 있는 그 방은 바로 청남대(대통령 별장) 경호실장 전용실이다. 다행히 내 앞까지 온 간부는 뒤돌아 갔지만, 문 뒤에서 얼마나 떨었는지 사나흘 동안 걷기도 힘들었다. 후임병도 그 뒤로는 나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벌써 15년이 지났지만 후임병에게 정말 미안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