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 배치를 받고 한 달이 지난 때였습니다. 전국에서 여러 중대가 모인 현장에 우리 부대도 차출되었습니다. 온종일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임무를 수행한 뒤 소대 고참의“승차!”명령을 듣고 버스에 올라탔지요.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습니다. 분명 차량용 소화기가 앞문 쪽에 있었는데 뒷문에 가 있었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나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습니다.
그중 한 명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아저씨는 누군교?” 당황한 내가“이 차, 전북 ○○중대 차량 아닙니까?”하고 되묻자 그는 부산에서 온 차라며 웃었습니다. 그러고는 울먹거리는 내가 안쓰러운지 무전으로 내가 속한 중대를 찾아 주었지요.잠시 뒤, 고참들이 나를 데리러 왔습니다. “부산에 놀러 가고 싶었냐?”하고 놀리면서요. 우리 부대 차량으로 돌아가면서 가만히 보니, 글쎄 두 버스의 차량 번호가 비슷하더군요. 고아가 될 뻔했지요. 그 뒤 출동할 때면 고참들이 내 손을 잡고 뛰어다녔습니다. 지금도 그때
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