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ID/패스
낙서 유머 성인유머 음악 PC 영화감상
게임 성지식 러브레터 요리 재태크 야문FAQ  
[퍼온글] 배달원 아저씨, 고마워요
바가지 | 추천 (0) | 조회 (452)

2011-01-16 16:42

“딩동!”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여니 배달원이 성큼 들어서 익숙한 몸놀림으로 음식을 내려놓았다.
“어제 지갑 찾아 주신 분이죠? 고맙습니다.”
“아…, 그건 제가 아니고 다른 사람이에요.”
“그래요? 고맙다는 말 꼭 좀 전해 주세요.”
“네, 사실 그 친구는 지갑 찾아 주지 않으려 했어요.
전에도 어떤 사람 지갑을 찾아 주었는데, 돈이 없어졌다며 자꾸 의심을 했어요.
그때 마음이 많이 상했지요.
이번에는 그냥 버릴까 하더니 찾아 드린 모양이네요.”
 
 그 말에 내 마음을 들킨 듯해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제 늦은 밤 시골집에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이라도 났나 싶어 불안한 마음에 얼른 받으니 동생이 누군가 지갑을 주었으니
찾아가라는 전화가 집으로 왔다며 지갑이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껏 지갑이 내 가방 안에 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장난 전화가 여럿 잠 깨운다며 투덜거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잠이 좀체 다시 오지 않아 ‘설마’ 하며 그제야 가방을 뒤져 보니 지갑이 정말 없는 게 아닌가!

정신이 번쩍 들어 정신없이 집으로 전화를 해 받아 적은 전화번호로 연락해 내일 찾으러 가겠노라 얘기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카드란 카드는 몽땅 정지 신청을 하고 마음이 가라앉을 때쯤 나의 나쁜 상상은 풍선처럼 커져만 갔다.
그러고 보니 그는 저녁 배달을 시킨 음식점 배달원이었다.
‘우리집에 배달왔다가 내 지갑을?’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렇지 않고서야 멀쩡히 내 가방 안에 있어야 할 지갑이 그의 오토바이에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리곤 다음날, 내가 직접 가지도 않고 그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지갑을 갖다 달라 했다.
그런데 받아든 지갑은 손댄 흔적 하나 없었다.
그제야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 일부러 음식 배달을 시킨 것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가 오지 않은 것이다.

고마워요!
지갑 속 내 소중한 흔적들을 버리지 않고 돌려주어서,
그리고 그런 마음 계속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좋은님들 의심은 나중에 하고 좋은 모습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세요.
세상에 수많은 예쁜 마음들이 그 의심으로 인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