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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또 하나의 전우
kklist21 | 추천 (0) | 조회 (462)

2011-01-18 16:09

일등병 시절, 파견 근무지에서 자취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취사병으로 지명되었다. 일반 가정에서도 냉장고가 흔치 않던 시절이니 열다섯 명 남짓한 작은 규모의 파견지에 냉장고가 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그래서 겨울철이면 궁여지책으로 땅을 파고 석빙고를 만들어 부식 재료를 보관했다. 하지만 상하기 일쑤고, 남은 부식 재료도 날로 쌓여 갔다.
하루는 부군단장님이 시찰을 나온다는 전통이 떨어졌다. 초비상 상태로 취사도구와 석빙고를 정돈하는데 꽁꽁 언 두부 몇 모가 눈에 띄었다. 고심 끝에 하수구에 버리며 들키지 않기를 얼마나 빌었는지…. 하지만 발각되어 자초지종을 보고해야 했다.
그리고 며칠이나 지났을까? 눈부시게 하얀 냉장고가 배달되었다. 부군단장님의 특별 하사품이라고 했다. 그 뒤 전역 때까지 냉장고는 또 하나의 전우로 나와 함께했다. 깊은 사랑으로 부하의 마음을 헤아리신 부군단장님이 그립다.


필자 : 박장호님 
출처 : 월간《좋은생각》 2010년 0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