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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웬 호박이냐?
kklist21 | 추천 (0) | 조회 (397)

2011-01-19 17:47

무더운 여름, 선임과 바람을 쐬려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철책 너머로 둥근 무언가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가가니 우거진 나무 틈 사이로 보름달같이 탐스러운 주홍빛 호박이 보이더군요.
선임이 호박을 툭 따더니“삶아 먹을까?” 했습니다. 색이 예뻐 맛도 좋을 것 같아 삶는 방법을 궁리하다 커피포트가 생각났습니다. 호박을 8등분해 커피포트에 넣고 끓인 뒤 한입 베어 먹으니 달달한 향과 보드라운 속살이 혀를 황홀케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 간부님이 호박을 본 사람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시치미 뚝 떼는데 그만 쓰레기통에 남은 호박 껍질을 발견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간부님이 애지중지하던 관상용 꽃호박이었습니다. 모르고 먹을 땐 참 맛있었는데, 알고 나니 속이 느글느글했습니다.
어느덧 1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주황빛 농구 공만 보면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집니다.


필자 : 김지수님 
출처 : 월간《좋은생각》 2010년 0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