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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자전거 탄 풍경
바가지 | 추천 (0) | 조회 (398)

2011-01-20 01:59


 


 
자전거 탄 풍경

- 황기영 님

가을볕을 받아 고아질 대로 고아진

마른 흙길 위를 허락도 없이

아버지 자전거로 달렸다

더위는 적당히 식어 작은 바람에도

하천 둔치의 코스모스들이

몸서리를 치던 그 가을

몸집 작은 내가 바퀴 큰 자전거에 기대어

숨 돌리며 쉬고 있을 때면

곡식들은 너도나도 구수한 냄새를

그 바람에 실어 보냈다.

눈 감고 구경하던 그 냄새가 좋았다.

곧 누렇게 시들 풀섶 사이로 꽃뱀 하나

허락도 없이 먹이를 찾아 헤매고

먹을 게 저렇게 지천인데 너도 배가 고프냐고

자전거에 기댄 채 맥없이 꽃뱀을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