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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빵 있어요?
kklist21 | 추천 (0) | 조회 (400)

2011-01-21 14:53

어느 여름 밤, 우리 형제는 거실에서 불도 끄고 숨죽이며 영화를 보고 있었다. 부모님은 그 전날 상갓집에 다녀오신 터라 일찌감치 잠자리에 드셨고, 집안은 고요했다.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 누군가 현관문을 똑똑 두드렸다.
“이 시간에 누구지? 누구세요?” 그런데 문밖에서 혀 꼬부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빵~ 있어요?” 동생과 나는 어리둥절해서 대꾸도 안 하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빵~ 빠앙~ 있어요?” 우리 집은 2층 단독 주택인데, 위층은 우리 가족이 살고 아래층은 세를 줬기 때문에 종종 엉뚱한 사람이 2층까지 올라오곤 했다. 말없이 눈빛을 교환한 우리는 이내 사태를 파악하고 현관문이 굳게 잠긴 것을 확인한 뒤 큰소리로 외쳤다. “빵 없어요!” “네~. 안녕히 계세요.” 우렁찬 남자 목소리에 놀랐는지 괴한(?)은 별 저항 없이 인사만 공손히 하고는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는 의기양양해 하면서 냉장고에 있던 맥주를 꺼내 마시며 영화를 마저 보았다.
그런데 다음날, 대문에 붙은 종이를 보고 그만 경악을 금치 못했다.
“1층에 방 있음. 언제든 2층으로 문의하시오.” 그리고 동네에 사는, 캐나다 출신의 영어학원 강사 톰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필자 : 김진영님 
출처 : 월간《행복한동행》 2004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