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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weet98 | 추천 (0) | 조회 (377)

2011-02-19 15:29


 
봄에 내리는 비, 봄에 피는 꽃,
그리고 봄에 새로이 눈뜨는 모든 것들에게 죄를 짓지 말라.

자연 앞에서는 우리도 한낱 보잘것없는 뼈와 살,

너무도 많은 것을 더럽혀 오지 않았는가.

우리는 다만 서로 사랑하면 그만이다.

마음까지 더럽히려고 애쓰지 말라.

단 한 줄의 시도 외어 보지 못한 채

봄을 훌쩍 보내어 버린 사람이

돈과 명예와 권력을 얻는다고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가 있겠는가.

봄비 내리는 밤 한 시.

잠 못 이루고 한 줄의 시를 쓰는 사람과

잠 못 이루고 몇 다발의 돈을 세는 사람들과 한번 비교해 보라.

누구의 손끝이 더 아름다운가.

낭만이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낭만이 밥먹여 주냐,라고 반박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더 이상 그에게 할말이 없다.

밥을 먹기 위해 태어나서 밥을 먹고 살다가

결국은 밥을 그만 먹는 것으로

인생을 끝내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과

같은 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다만 비참할 뿐이다.

밥 정도는 돼지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낭만을 아는 돼지를 당신은 본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이제 봄이다.

겨울을 쓰라리게 보낸 사람일수록 봄은 더욱 새롭다.

마치 고통을 심하게 받은 조개일수록

그 진주가 더욱 아름답듯이.

이제 완전히 겨울은 갔다.

그러나 그 겨울의 모든 쓰라림만은 잊지 말기로 하자.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쓰라림을 배우기 위해

잠시 한 순간의 봄 속에 머물러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큰 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는지도 모른다.


이외수 - 내 잠 속에 비 내리는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