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오랫동안 있는 병자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창가에서 멀리 떨어져 누워 있었고,
한 명은 앉아서 창가 쪽에 있었다.
그 병자 두 명은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지냈다.
그런데, 이야깃거리가 다 떨어지고 말았다.
"어떡하지? 이야깃거리가 다 떨어졌어."
"나도야. 어떡하지?"
며칠 동안 병자 두 명은 침묵을 지키며 지냈다.
누워 있는 환자가 말했다.
"저... 창 밖의 광경은 어때? 이걸 이야깃거리로 삼으면 어떨까?"
"그래, 그렇게 하자, 좋은 생각이다."
"힘이 좀 들 텐데..."
"뭐 이쯤이야. 별로 힘들지도 않은데..."
"창 밖의 광경은 어때?"
"광경? 음..."
창가의 환자가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길로 아이 두 명이 풍선을 들고 지나가고 있어, 분수대도 있고, 사람들이 아주 많네."
"우리도 그런 때가 있었는데 말이야..."
어느 날, 누워 있는 환자가 또 물었다.
"풍경은 어때?"
"풍경? 길이 있어, 그 길로 장미가 활짝 피었어. 호수에는 유람선이 떠다녀, 사람들이 나와서 지는 해를
보고 있어, 정말 아름다워."
누워 있는 환자는 매일매일 아름다운 바깥을 생각하면서 지낼 수 있었다. 그래서 병이 조금씩 나아 갔다.
하지만 창가의 환자는 병이 깊어져 가더니 죽어버렸다.
누워 있는 환자는 온 힘을 다해 창가로 걸어갔다. 그 때, 그 환자는 보았다.
보이는 것은 장미도, 길도, 호수도, 사람들도 없었다. 높은 담과 병원 쓰레기장만 있었다.
환자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 환자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창가의 환자가 나쁜 환경을 보면서 점점 병이 깊어져 갔다는 것을...
환자는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빌었다.
"하느님... 그 환자가 영원히 천국에 가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