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list21
| 추천 (0) | 조회 (371)
2011-03-02 12:56
세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영화 <해바라기>를 보러 극장에 갔을 때 일이다.
버스에서부터 자던 아이는 극장에서도 내내 나와 아내의 무릎 위에서 잠을 잤다. 그동안 우리는 아이도 잊은 채 영화에 푹 빠져 있었다.
영화가 어느덧 중반부에 이르렀을 무렵, 은은한 주제곡이 흘러나오면서 관람객 모두가 애절하고 감미로운 분위기에 한껏 젖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느닷없이 아이가 발딱 일어나더니 깜깜한 어둠 속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우와! 텔레비전 무지 크다! 아빠, 여기 누구 집이고?”
순간 극장은 잔잔하던 연못에 돌멩이가 던져진 것처럼 소란스러워졌고, 여기저기서 “어느 집 아들이고. 무지 똑똑하네!” “극장 구경 좀 진작 시켜 주지!” 하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필자 : 정의태님
출처 : 월간《행복한동행》 2005년 0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