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list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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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2 13:02
출근 시간 지하철 안, 늘 내 건너편 자리에는 말끔하게 생긴 회사원이 앉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가 핸드폰으로 나를 찍기 시작했다. 그것도 일주일씩이나. 처음에는 당황스러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 별별 상상이 떠올랐다.
"저 사람 혹시 날 좋아하나? 그래서 그동안 내 앞쪽에 앉았나? 그렇다면 왜 고백은 안 하고 사진만 찍는 걸까?"
망설인 끝에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왜 저를 계속 찍으시는 거죠?”
그는 생뚱맞은 얼굴로 쳐다보았다.
“네? 저, 뭔가 오해하신 듯한데요. 전 출근하는 모습을 찍어 여자 친구한테 항상 전송해 주거든요. 그쪽 분 사진은 없잖아요.”
그는 내게 카메라를 보여 주며 황당해했다.
그날 이후 나의 출근 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앞당겨졌다.
필자 : 김현경님
출처 : 월간《행복한동행》 2005년 0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