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구입한 OHP를 처음 사용하여 연구 결과를 발표하던 날, 발표자 이 계장은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았다. 우물쭈물 대답해 겨우 위기는 모면했지만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 뒤 아무 탈 없이 발표가 계속되나 싶었다. 그런데 글쎄 이 계장이 OHP를 한 페이지씩 바꿔 가며 조작하는 동료에게 사인을 보내지 않는 게 아닌가! 이를 알아차린 동료 직원들이 연방 눈짓을 했지만 소용없었다.
한편 이 계장은 사인 보내는 것을 까맣게 잊고, 스크린이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자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는 스크린으로 다가가 침을 묻힌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넘기려 했다.
“우하하~.” 폭소가 터져 나왔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스크린을 큰 종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이 계장의 실수 뒤부터 발표회 분위기가 부드럽게 흘러갔다.


필자 : 김재철님 
출처 : 월간《행복한동행》 2005년 0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