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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망치치는 거인
또로로 | 추천 (0) | 조회 (287)

2011-04-15 15:33

망치 치는 거인*

이초우


신문로 1가에 가면  
어디선가 망치 소리 들려온다
24층 빌딩 옆 대로변 모롱이에서 누가 망치를 친다
검은 얼굴 검은 작업복, 세상의 중심에서
빌딩 숲 속에서
검정색처럼 외길로 망치를 친다
바지 아래 신발을 보면 안전화를 신고 있다
그러나 다소곳 고개 숙여
때릴 자리 느긋이 바라보는 모습,
아무래도 당신은 정신노동자 같다
한번 내려치는 시간 1분 17초, 금방 세상을 때린
망치 튀는 모습, 내가 떨린다
한 번의 신성한 동작으로
노동과 정신을 함께 말하는 철학자인가
느리면서도 결코 느리지 않는
느긋하면서도 지극히 정교한,
수많은 행인들은 물론 당신을 경배하는 나에게
활력 넘치게 하는 22m 강철 거인
당신 자신을 때리기도 하다가
당신의 꿈을 두드리는 그 망치 소리
신문로에서 광화문 네거리로
물 건너 저 낯선 땅까지
범종소리처럼 원을 그리며 여울져간다

*미국 조각가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작품 「망치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