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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어느 고아의 수기 (2)
바가지 | 추천 (0) | 조회 (285)

2011-05-18 12:33

1955년 9월 19일 맑음
 
 
엄마,
 
귀찮게 자꾸 불러서 미안해요.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허공 중에라도 엄마 모습 찾아보고,
 
잡아보고 싶은 외로운 딸 설희를
 
엄마는 이해해 주셔야만
 
훌륭한 어머니 자격이 있어요.
 
엄마,
 
절간 생활은 속계에서 생각하기와는 딴 판으로
 
고달프고, 외롭고, 힘들어요.
 
제일 힘드는 것은 새벽에 일어나 예불 참례하는 것인데
 
엄마는 아시죠?
 
게으르고 잠꾸러기 설희의 습관을........
 
날마다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내 딴에는 일찍 일어나는 거지만)
 
스님이 잠꾸러기라고 놀려요.
 
내일은 일찍 제일 먼저 일어나
 
다른 사람도 깨워줘야 겠어요.
 
그리고 엄마,
 
고기가 먹고 싶어요.
 
고아원의 양쌀밥보다는 훨씬 좋지만
 
자꾸 현실이 불만스러워요.
 
고기죽을 한 그릇 실컷 먹으면
 
나는 아주 소같이 일을 잘 할 것 같아요.
 
또 명랑해질 것 같아요.
 
나는 엄마와 이별한 날부터 식충이가 되어 버렸어요.
 
먹고 나면 자고 싶고, 자고 나면 먹을 걱정.....
 
하등 동물이 되어버렸으나,
 
아 !
 
사람들이 다 나를 비웃어도 엄마만은 아셔야 해요.
 
내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