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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얼굴 반찬
바가지 | 추천 (0) | 조회 (264)

2011-05-19 13:03

 
 
 
얼굴 반찬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말똥 한 덩이
(
공광규 저 | 실천문학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