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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에 단거리와 장거리가 있고, 소설에 단편과 장편이 나뉘듯, 소셜네트워크와 블로그 글의 호흡은 꽤나 다르다. 요즘은 블로그 글 따위가 뭐라고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할 때가 있다. 나에게 글을 쓴다는 행위는 힘을 얻는 행위인데, 그럴 때면 오히려 힘이 빠져 글을 쓰기가 싫어진다. 심지어는 노트의 짧은 끼적거림마저 버거워질 때가 있다. 삶에 대한 반성이 밀려오고는 한다.
최근 내게 부족한 장력. 오랫동안 달리기를 멈췄던 러너처럼 호흡은 중간중간 끊긴다. 발걸음은 계속 어긋난다. 그렇기에 타이밍을 잃은 글들이 블로그에 난무한다. 몸을 조금 회복했을 때에는 이미 저만큼 흘러가 버린 그 무엇. 다시 그 기분을 찾을 엄두가 서지 않는다. 오늘 문득 호흡이 길지 못해 끊긴 글들을 되돌아 보았다.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적은 글과 일본에 간 친구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헌사 하듯 쓴 콩트, 구입한 시디의 평, 읽은 책의 느낌, 새로운 다짐 등. 돌아보니 나쁘지 않았다. 고스란히 감정은 남아 있었다. 고로 나에겐 의미 있는 글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것들은 서랍 속 깊은 곳에서 시간의 흐름을 잃고 미라처럼 존재하고 있다. 우습게도, 가까운 내가 쉽게 치부했던 그것들이 먼 내게 다시 말을 건네고 있다. 그것들이 또 한 번 썰물처럼 쓸려갈 때면 그 자리에 무엇이, 어떤 자국이 남을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언젠가 이 글들을 그들에게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감정은 여전히 당신과 함께 멀지만 가깝게 살아 있다고, 작지만 확실하게 살아 있다고,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오늘은 왠지 든다.
아마도 비가 오고, 퇴근길에 들은 멜랑콜리한 "밴드 오브 호시즈"의 음악이 머릿속을 간지럽혀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