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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말도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이 시는 매우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안목으로 따뜻한 인간애를 노래한 작품입니다. 시인은 연탄 한 장에서 뜨겁게 몸을 태우며 살아야 하는 삶의 의미를 찾아 내고, 이를 통해 현실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을 반성하게 합니다. 자신의 역할이 끝난 뒤에는 어느 이른 아침에 한 덩이 재로 변하여 미끄러운 길을 편안하게 열기까지 하죠. 시적 화자는 이와 같은 연탄의 효율성을 상기하며, 자신도 연탄과 같은 이타적(利他的)인 삶을 살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