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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나는 징그럽게 차가운 인간이었다.
gura892 | 추천 (0) | 조회 (348)

2011-08-24 12:57


나는 외로움이 좋았다.
외로움은 내 집이었고 옷이었고 밥이었다.
어떤 종류의 영혼은 외로움이 완성시켜준 것이어서,
그것이 빠져나가면 한꺼번에 허물어지고 만다.
나는 몇 명의 남자와 연애를 해보려 한 적이 있지만,
내가 허물어지는 것을 견딜 수 없어 그때마다 뒤로 물러서곤 했다.
나는 그들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다만 외로웠던 것뿐이었다.
그러니 새삼 그들을 더이상
사랑하지 않느니 마느니 하는 자책을 느낄 필요도 없었다.
나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었다.
그것을 똑똑히 알고 있는 바에야,
내 배반을 진작부터 명징하게 점치고 있는 바에야,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나는 징그럽게 차가운 인간이었다.

한강 / 검은 사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