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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마흔살의 찻잔
K3275889 | 추천 (0) | 조회 (353)

2011-08-24 22:17

마흔살의 찻잔

 

언제 나를 위해 예쁜 접시 받쳐 보았나?

뜨거운 물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지는

차 알갱이를 보면

나도 조금씩 허물어지는 것 같다.

 

급히 마시다가 입술 데이고

생각에 잠기다가 식어 버리는

찻잔을 저으면 왜

마음 깊은 곳에서 파문이 이는지..


     

    오늘 마흔 살 내 생일에

    미역국 대신 내 생일에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하며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고..


     

    식구들 벗고 나간 허물을 바라보니

    앞니 빠져 못 웃는 작은 아이

    여드름이 속상한 큰아이

    감원 바람에 어깨 시린 남편

    그 얼굴 하나씩 찻잔에 어른거려

    설탕 한 숟갈 듬뿍 넣어 마실까?


     

    쓴맛이 없었던들

    달콤한 맛을 어떻게 알리..

    사십이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이 있다는데

    거울 앞 내모습은 왜 이리 초라한지


     

    주머니 가볍고 마음은 무겁지만

    그래도 내 앞의 잔보다

    남의 잔 먼저 채우며 살아야지..


     

    마흔 살 생일에

    차 한잔 내 삶의 향기 지키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