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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기부는 이웃을 위한 세금이다
oh11k | 추천 (0) | 조회 (341)

2011-08-30 21:35


얼마 전 정몽준 의원을 비롯한 현대가(家) 최고 경영자들이 5,000억 원의 재원을 출연하여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한다고 발표하였다. 정 의원이 2,000억 원을 출연하고, 현대가 최고 경영자들이 240억 원을 출연하기로 하였다. 출연금 중 절반에 가까운 금액이 사재 출연인 것이다. 어머님의 기일을 맞아 발표된 정주영 가문의 결단이 반가웠다. 늦은 감은 있지만 꼭 해야 할 일이었다.

유대인 재벌 중에 로스차일드 가문이 있다. 1743년 독일에서 태어난 로스차일드 가문의 아버지 메이어 암쉘 로스차일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금융업으로 성공하였다. 그는 그의 아들 나단, 제임스, 살로몬과 칼을 당시 유럽 상업의 거점 도시인 런던, 파리, 비엔나, 나폴리에 파견하여 국제적 금융 네트워크를 형성하였다. 다섯째 아들 암쉘은 아버지와 함께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렀다. 국제적 네트워크에 힘입은 로스차일드 가문은 유럽 최대의 금융 제국을 이루었다. 그런데 로스차일드 가문은 자신들의 재산을 움켜쥐고 있지 않고, 천문학적인 규모의 기부금을 사회에 환원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파리에 자리 잡고 있던 바론 드 에드몬드 로스차일드는 19세기 후반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던 유대인들을 위하여 이름 없이 어마어마한 기부금을 출연하였다. 20세기 초, 당시 초일류 국가였던 영국에서 기부문화를 통한 로스차일드 가문의 영향력은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결국 이들은 팔레스타인 땅에 유대인이 국가를 세울 권리가 있다는 영국 외상의 "발포어 선언"을 이끌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기부를 통한 기업의 영향력이 국가 건설의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오늘날까지 유대인들 사이에서는 로스차일드 가문의 선행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전설처럼 회자된다. 역사적으로 유대인 재벌들은 기부에 남다른 면모를 보여 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재벌 워런 버핏을 들 수 있다. 버핏은 2006년 재산의 85%인 374억 달러를 기부하였고 나머지도 임종 전후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는 또 빌 게이츠와 함께 억만장자 40명을 설득하여 그들의 생전 혹은 사후에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서약을 이끌어 내었다.

왜 유대인은 그렇게 기부에 최선을 다할까. 유대인에겐 기부에 대한 남다른 철학적 바탕이 있다. 유대인은 법으로 수입의 십분의 일 이상을 남을 위하여 사용하게 되어 있다. 이 돈을 히브리어로 "쩨다카"라고 부르는데, 자발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자선과는 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자선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지만 쩨다카는 누구나 해야 하는 의무이다. 자선금은 안 내도 불법이 아니지만 쩨다카를 안 내는 것은 불법이다. 이러한 유대인의 기부 의무는 성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성서는 수입의 십분의 일을 가난한 사람을 위하여 쓰도록 의무로 규정한다(신 26:12). 또 고대 농경 사회 이스라엘에서는 해마다 곡식을 추수할 때 밭의 모퉁이는 추수하지 못하도록 법에 명시해 놓았다. 추수하다 떨어진 이삭도 줍지 못하게 하였으며, 포도원의 포도도 일부 남겨 놓고 추수하도록 규정하였으며, 땅에 떨어진 과일도 줍지 못하게 하였다(레 19:9-10). 이는 모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다. 로마에 의하여 성전이 파괴된 후(A.D. 70년)에는 해마다 수입의 십분의 일 이상을 가난한 사람을 위하여 기부하도록 탈무드 법으로 규정하였다(마이모니데스, 미쉬네 토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기부법” 7:5). 쩨다카법 혹은 기부법이 법제화 된 후 유대인의 삶은 기부를 떠나서는 불가능하였다. 나라 없이 전 세계를 방황하며 고통당하던 중세기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에게 기부는 그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지주 역할을 하였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랍비 조셉 텔루슈킨은 기부를 "이웃을 위한 세금"이라고 말한다. 세금이 선택이 아닌 의무이듯이 기부도 선택이 아닌 의무이다. 유대법으로 보면 큰 부자나 대기업이 걸맞지 않게 작은 기부를 하는 것은 세금 포탈이나 마찬가지의 불법이다. 부가 많은 사람은 그만큼 많이 남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유대인은 기부금을 낼 때 쩨다카를 낸다고 한다. 쩨다카라는 말은 문자적으로 "정의(Justice)"라는 말에서 왔다. 여기에는 부가 부자에게서 가난한 사람으로 이동할 때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철학이 들어있다. 또 쩨다카에는 내 재산 중에 있는 남의 것을 본래의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도 있다. 평등하게 소유할 때 정의가 이루어진다는 전제에서 나에게 타인보다 많은 재산이 있다면 내 것 이외의 것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쩨다카 정신에 의하면 기부하지 않는 사람은 도둑과 마찬가지이며 기부하였다고 크게 자랑할 것도 아니다. 부자는 더 많은 돈을, 가난한 사람은 작은 돈을 세금으로 내듯 의무로 기부하는 것뿐이다. 정몽준 의원을 비롯한 현대가 최고 경영가들이 사재를 출연하여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것은 그동안 미루어 온 이웃에 대한 세금을 내는 것과 같다. 세금인 만큼 크게 자랑할 일도 아니다. 낼 세금 내겠다니 부끄러움을 면한 것뿐이다. 문제는 이웃을 위해 내야 할 세금이 많은데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교역량 세계 9위의 경제 규모를 감안할 때 이젠 한국에도 워런 버핏 같은 거액 기부 재벌, 로스차일드 가문 같은 거액 기부 재벌 가문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무슨 굉장한 마음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이웃을 위해 세금을 낸다는 마음만 있다면 가능하다. 이번에 현대가 세금을 낸다. 다음은 누구 차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