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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서툰 사랑은 아름답다|
oh11k | 추천 (0) | 조회 (325)

2011-09-04 00:31

갑이야, 내 사랑 완소갑이야
밤비에 자란 사람이란 말이 있다.
밤사이에 아무도 몰래 촉촉이 내린 비를 맞으며
어둠 속에서 연약하게 자란 식물과 같다는 뜻이다.
깨치지 못하고 어리석으며 야무지지 못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가끔 우리 사랑이 밤비에 자란 사랑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밤사이에 내린 비를 맞고 어둠 속에서 연약하게 자란 우리 사랑.
철없고 어리석고 부족하며 서툴기 짝 없는 우리 사랑.
그러나 갑이야, 서툰 사랑도 아름답다.

그렇소, 애기씨. 내 사랑 애기씨.
갑이가 중얼거린다.
연약하고 부족하고 서툰 사랑도 아름답소.
연약하고 부족하고 서툰 싸움도 아름다울 것이오.
겁쟁이 갑이는 용선 아제를 따라 동학농민군이 되었소.
죽창에 몽둥이까지 들고 씩씩하게 싸운다오.
언젠가 애기씨가 별이에게 건네주신 목수건을 늘 목에 두르고 있소.
한 땀 한 땀 천 땀을 애기씨가 정성껏 꿰매주신 목수건을 두르면
죽창을 든 내 손이 한없이 연약하고 부족하고 서툴더라도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이오.
애기씨가 선물로 주신 주문 하쿠나 마타타
그 말도 내내 외울 것이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라고 수도 없이 중얼거릴 것이오.
우리들의 부족하고 서툰 사랑이 아름답듯이
내 부족하고 서툰 싸움도 아름다울 것이오.
애기씨가 늘 내 뒤에서 잔잔하고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불끈 힘이 나오.
힘들 때 고단할 때 못 견디게 외로울 때 문득 뒤를 돌아보면
바로 거기 애기씨가 있을 거란 생각만으로도 힘이 난다오.
그렇소. 애기씨 덕분에 나는 잘 견디고 있소.
고부봉기가 개념 없는 통큰병갑을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면,
백산봉기는 이 세상을 통째로 바꾸기 위한 것이라오.
백산에서 봉기한 동학농민군들이 흰 수건을 질끈 머리에 동여매고
몽둥이와 죽창을 들고 와아 함성을 외치며 승승장구하게 되었소.
나라에서는 전라병사 홍계훈을 양호초토사로 삼고 경군 팔백 명을 파견했지만
그들은 적극적으로 나서서 싸우기는커녕 농민군의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 꼴이오.
백산에서 황토현에 이르는 길은 걸음마다 눈부신 승리의 길이 될 거라 확신하오.
겁쟁이 갑이도 서툴지만 힘껏 싸우고 있다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중얼거리며
보국안민과 제폭구민의 기치를 하늘 높이 휘날리며 말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