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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폐가
또로로 | 추천 (0) | 조회 (342)

2011-09-06 15:39

폐가

박진성                                                            

  
제 몸 뒤집은 밤나무 한 그루 뿌리를 만지는데 무너진 토담 사이로 뱀들이 기어다닌다 대청마루에서 바라보면 울울창창 밤나무 숲, 유월의 밤나무 숲은 그대로가 弔花다 솟아오르려는 듯 흰 꽃 매달고 서 있는, 유월의 밤나무 숲은 성가대다

밤나무 패서 만든 장작은 잘 말라서 쉽게 불타오를 것이다 끝내 이 집에서 내려오지 않던 할머니가 쌓아둔 장작더미, 외할머니 다리처럼 死後强直 오는지 뻣뻣한 침묵으로 집을 떠받치고 있다 광목천 걷어 올리고 당신 몸 만지다가 배꼽 근처 옹이처럼 돋아난 종기를 보았다 이제 뿌리는 수액을 밀어 올리지 않는다

아궁이에서 타오르는 잔솔가지 위에 밤나무 장작을 얹는다 밤나무는 저리 쉽게 점화되기 위해서 자신의 육체를 말리고 있었던 거다 마른 장작 타닥타닥 불티 뿜어내고 耳鳴처럼 그레고리안 성가 들린다 밤나무 숲은 머지않아 이 집으로 내려올 것이다
폐가는 음악처럼 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