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의 재세시 한 여인이 사랑하는 외아들을 잃고
슬픔에 몸부림치다 부처님을 찾았다.
죽은 아들을 살려줄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죽음의 슬픔이 없는 집을 찾아 겨자씨를 얻어오면
그때 아들을 살려주리라 약속하셨다.
여인은 아들을 찾을 욕심에 마을을 돌고 돌아
죽음이 없는 집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어느 곳에서도 그런 집은 찾을 수 없었다.
여인은 부처님께로 돌아올 즈음
이미 슬픔과 고통을 달래고 평정을 얻고 있었다.
죽음은 나만의 일이 아니었으며
모든 이가 그 슬픔의 강물을 타며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의 삶은 지나간 죽음과 오는 죽음 그 사이에
그나마 작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자식의 죽음을 넘어 중생의 슬픔마저 껴안았던 것이다.
그 후 그 여인은 죽음을 참된 지혜의 자비로 환원하는
아름다운 수행자의 몸이 되었으며,
결국 성자의 반열에 들게 되었다.

- 1997년 9월 30일 한국일보 <이지관 칼럼-순환의 진리와 열반> 중에서 -



* 죽음보다 더 큰 슬픔은 없다.

죽음보다 더 아픈 이별도 없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영원한 이별, 이것이 죽음이다.

그러나 ‘믿는 사람’의 세계에서 죽음은 또 하나의 영원한

세계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땅에서 몸은 떠나지만 영혼은 극락에,

하늘나라에 이르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는 죽음의 슬픔도, 인간 사이의 이별도 극복한다.

세상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아무리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도 극복하는 사람에게는

그 무게가 덜하다.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에겐 완전한 절망이 있을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슬픔이나 고통, 절망 따위에 굴복하지 않는다.

불교가 말하는 환원의 진리에는 인간을 구원하는

무한대의 지혜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