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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닭다리
k3275889 | 추천 (0) | 조회 (331)

2011-09-18 02:10

닭다리
 

어렸을 적 식구들과 함께 먹었던 야식 중에서 최고는 단연 통닭이었습니다.
갈색 종이봉투에 담겨진 따끈따끈한 통닭은
이미 그 구수한 냄새에서부터 어린 저희 형제를 흥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통닭에 얌전하게 붙어있는 닭다리 두 쪽은
예약이라도 한 듯 형과 제가 사이좋게 나눠 먹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아버지께 닭다리를 권했을 때, 이렇게 말씀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난 닭다리 안 좋아래.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아마 그때 이후로 저는 아버지께서
닭다리를 안 좋아한다고 믿어 왔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여덟 살 난 아들이통닭을 먹고 싶다고 졸라대던 통에
귀가하던 길에 따끈따끈한 통닭 한 마리를 사들고 갔습니다.
아들 녀석은 저보다도 통닭을 더 반겼습니다.


닭다리 한 쪽을 뜯고 난 아들은 남은 닭다리 하나를 제게 건넵니다.
“아빠도 닭다리 한 쪽 드세요.”
놀랍게도 저는 수십 년 전에 아버지께서
제게 했던 말을 아들에게 그대로 했습니다.
“아빠는 닭다리 안 좋아해. 너나 많이 먹으렴.”


어릴 때 들었던 아버지의 그 말씀이 떠올라 가슴이 메어 옵니다.

이제 제 삶에도 닭다리 먹을 일이 흔치는 않을 듯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꼭 아버지께 통닭 한 마리를 사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버지 손에 닭다리 한쪽을 쥐어드리고 싶습니다.

류 완 / 사랑의 편지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