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꺾고 잎을 따는 시늉의 손짓
스스로 숯을 삼키고 벙어리가 된 자객처럼
여자는 국화 무늬를 새긴다
올겨울에는 전대미문의 추위가 닥칠 거라고, 누군가 신문보도를 인용하고
여자는 역수(易水)를 건너 환생한 자객
가을 깊어도
이번 세상과는 아무 관계도 나누지 않는
반듯하게 잘린 시체 위에 몇 송이 국화꽃을 던지듯
봉지가 채워지고
짧은 목례가 마지막으로 교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