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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새벽 우시장 — 박후기
bibig00 | 추천 (0) | 조회 (64)

2024-04-18 06:58

무심한 발길에

노랗게 핀 달맞이꽃이

이슬에 젖은 몸을 툭툭 턴다

달은 기울고

함평 기산천 긴 방죽 위로

소 울음소리 가득 실은 트럭들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간다

살아간다는 것은

시간에 코를 꿰인 체

죽음을 향하여 이끌려 가는 것

어둠 속 보이지 않는 손들이

코뚜레를 잡아당긴다

새끼를 잃은 어미 소가

왕소금 같은 눈물을 흘리고

소매를 걷어붙인 수의사의 긴 팔이

암소의 자궁 속,

수렁처럼 깊은 곳을 더듬는다

팔려가는 소들의 서글픈 울음소리를 들으며

소머리 국밥을 먹는 우시장의 아침

죽어가던 소의 눈물이 배어 있는지

국밥의 국물이 짜디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