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하러 가기 전날 밤
갚아야 할 빚을 다 적어 놓아야겠다고
몰래 스마트폰 빛을 밝히며 책상 앞에 앉았다가
서랍에서 발견한
십 년 전 낙서.
그 시절
원인 모를 복통에 시달리며
배를 움켜쥐고 쓴.
하느님,
제가 일 잘 하는 사람인 줄 알고
빨리 불러 일 시키실 작정을 하시면 곤란해요.
아직 처리할 게 많아요.
제발 빚 좀 다 갚고 가게 해 주세요.
하느님, 아니 하나님이라도 좋아
제발 십 년만 더 살게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