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ID/패스
낙서 유머 성인유머 음악 PC 영화감상
게임 성지식 러브레터 요리 재태크 야문FAQ  
[퍼온글] 쑥갓꽃 — 김명기
bibig00 | 추천 (0) | 조회 (37)

2024-04-27 06:52

해 걸음 느린 저녁

누군가 화단처럼 만든 텃밭에 노란 꽃 피었다

눈 익은 푸성귀에 저렇게 예쁜 꽃이라니

꽃피우기 전 다 잘라먹어

언제 저것의 꽃을 본 적 있어야지

텃밭 주인 맘이 좋거나

혹은 게으르거나 어쨌든 다행이다 싶어

밭가를 맴도는데

붉게 퍼져가는 저녁 안으로

느실느실 돌아오는 사람들

흔한 저 푸성귀 닮았다, 텃밭 같은 세상

제가 꽃인 줄도 모르고 피어 잘라 먹히는 사람들

근근한 생을 기워주는 일터가 날마다 잘라먹고

그 생의 7할은 자식이 잘라먹고

잘라먹은 자식은 망할 놈의 사교육이 다시 잘라먹고

나는 당신들을 당신들은 나를 잘라먹고

그런 우리 생의 대부분은 협소증을 동반한

기관지 천식 같은 자본들이 씨렁씨렁 잘라먹고

그래서 여태 푸른 대궁인 사람들 돌아오는

어스름한 저녁 길, 어떻게 살아남아 꽃피웠냐고

바람을 쥐고 싸락싸락 흔들어대는 꽃들에게

오래오래 견디는 법을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