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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매발톱 — 김선우
bibig00 | 추천 (0) | 조회 (217)

2024-05-05 07:27

야생화 전시장에서 산 거라고, 먼 곳에서

자그만 매발톱풀을 공들여 포장해 보내왔습니다

그 누구의 살점도 찢어보지 못했을

푸른 매발톱

한 석달 조촐하니 깨끗한 얼굴이더니

깃털 하나 안 남기고 날아가버렸습니다

매발톱풀을 아랫녘 밭에 묻어주러 나간 날은

이내가 피곤하게 몸 풀고 있는 저물 무렵이었는데

거름이나 되려무나

밭 안쪽에 화분 속을 엎었습니다

화분흙에 엉겨 있는 발톱의 뿌리는

보드라운 이내 속 깊은 허공 같아서

여리디여린 투명한 날개들이

그제서야 사각대며 일제히 날아올랐습니다

아주 오랜 동안 내 꿈속을 찾아왔으나

한 번도 내게 얼굴을 보여준 적 없는 바람을 타고

반짝이는 수천의 실잠자리떼

이내 속 깊은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사람에 의해 이름 붙여지는 순간

사람이 모르는 다른 이름을 찾아

이길 떠나야 하는 꽃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