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 어귀에서 만난 할머니의 마른 손에는
밀가루 한 봉지와 몇 줄기의 파와 애호박 한 개
- 오늘 저녁엔 수제비나 떠 먹을라구
핏기 없는 얼굴엔 골이 깊다
어미 치맛자락에서 놀던 오남매는 여적 소식이 없고
할머니 굽은 등을 돌아 나온 꽃샘바람이
내 가슴을 휘돌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