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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헛나이테 — 양진기
bibig00 | 추천 (0) | 조회 (202)

2024-06-11 21:29

‘낮술 환영’에 들어선 목포홍탁집

아줌마가 연분홍 홍어살을 저미고 있네

그녀의 속살도 한때는 저리 뽀얬을 거야

서비스로 애탕을 내오는 소매를 잡고

손님도 없는데 한 잔 허요

막걸리를 따라주자 넙죽 잘도 마시네

한 잔 들어가자 오래된 술친구처럼

묻지도 않은 딸 자랑에

젊은 시절 사진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주네

곰살궂은 친구가 뭔 띠요 누님 같은디

민증까까?

옥신각신 하다가 민증을 보여주네

또래라 생각했던 아줌마

일곱 살이나 어렸네

모진 풍파로 뿌리가 몇 번이나 흔들렸을까

근심으로 푸른 잎을 얼마나 떨구었을까

끓던 애탕이 식어 거북등이 되고 있네

오빠들, 또 오셔

활짝 웃자 눈가에 자글한 실금들

번졌다가 사라지는 둥근 나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