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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네모를 향하여 ― 최승호
bibig00 | 추천 (0) | 조회 (193)

2024-06-14 11:59

은행 계단 앞 은행나무 잎사귀들이

땡볕에 지쳐 축 늘어져 있다

이 여름 도시에선 모두들

얼마나 피곤하게 살아오고 또 죽어가는지

빌딩 입구의 늙은 수위는

의무를 다하느라 침을 흘리며

눈을 뜬 채로 자면서도 빌딩을 지키고 있다

 

자라나는 빌딩들의

네모난 유리 속에 갇혀

네모나는 인간의 네모난 사고방식, 그들은

네모난 관 속에 누워서야 비로소

네모를 이해하리라

 

— 우리들은 네모 속에 던져지는 주사위였지

주사위를 던지는 사람은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