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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개미 ― 강연호
bibig00 | 추천 (0) | 조회 (213)

2024-06-15 10:15

절구통만한 먹이를 문 개미 한 마리

발 밑으로 위태롭게 지나간다 저 미물

잠시 충동적인 살의가 내 발꿈치에 머문다

하지만 일용할 양식 외에는 눈길 주지 않는

저 삶의 절실한 몰두

절구통이 내 눈에는 좁쌀 한 톨이듯

한 뼘의 거리가 그에게는 이미 천산북로이므로

그는 지금 없는 길을 새로 내는 게 아니다

누가 과연 미물인가 물음도 없이

그저 타박타박 화엄 세상을 걸어갈 뿐이다.

몸 자체가 경전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렇게

노상 엎드려 기어다니겠는가

직립한다고 으스대는 인간만 빼고

곤충들 짐승들 물고기들

모두 오체투지의 생애를 살다 가는 것이다

그 경배를 짓밟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