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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정비공장 장미꽃 ― 엄재국
bibig00 | 추천 (0) | 조회 (186)

2024-06-16 19:13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의

정비공장 담장에 장미가 피어 있다

가시로 기둥을 죄고 있다

 

지난 밤

몇 잔 소주에 눈 풀려진 정비공 하나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점심 먹으러 간다

자동차 하체가 내려놓은

정오의 골목을 돌아 밥집에 앉아 있다

수저로 입을 죄고 국물로 목을 풀고 있다

냅킨으로 어물쩡 입을 닦고

돌아오는 길 위에 튕겨져 나온 나사 하나

발로 걷어차고 있다

세상에 이렇게 느슨하게 조여져 있다니

 

태양이 풀어놓은 한낮을 점검하고

머리 헝큰 아내의 달이

저녁을 죄고 있는 퇴근 무렵

길 건너 불야성의 네온빛에 서성이는

마음은 더욱 헐겁다

세상을 한 바퀴 다 돌아도

언제나 한 발자국 비켜서는 생

조여진 너트가 풀려지듯 정문을 나서다

장미 꽃잎에 코를 박고 향기를 흠흠거리는 순간

 

누구인가?

몽키도 스패너도 없이

나를 죄었다 풀었다 하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