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새벽 역전 광장에 홀로 남으니
떠나온 것인지 도착한 것인지 분간이 없다.
그렇게 구두 한 짝이 있다. 구겨진 구두 한 짝이
저토록 웅크린 사랑은 떠나고 그가 절름발이로
세월을 거슬러 오르지는 못, 하지, 벗겨진 구두는 홀로
걷지 못한다. 그렇게 구두 한 짝이 있다.
그렇게 찬 새벽 역전 광장에, 발자국 하나로 얼어붙은
눈물은 보이지 않고 검다.
그래. 어려운 게 문제가 아냐.
기구한 삶만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