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ID/패스
낙서 유머 성인유머 음악 PC 영화감상
게임 성지식 러브레터 요리 재태크 야문FAQ  
[퍼온글] 폭포 ― 이형기
bibig00 | 추천 (0) | 조회 (263)

2024-06-24 09:44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국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의 끝에 단말마(斷末魔)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直立)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石炭紀)의 종말을

그 때 하늘 높이 날던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을.

 

나의 자랑은 자멸(自滅)이다.

무수한 복안(複眼)들이

그 무수한 수정체(水晶體)가 한꺼번에

박살나는 맹목(盲目)의 눈보라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에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퍼런 빛줄기

2억 년 묵은 이 칼자국을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