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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모촌(暮村) ― 오장환
bibig00 | 추천 (0) | 조회 (217)

2024-07-24 08:21

 초라한 지붕 썩어가는 추녀 위엔 박 한 통이 쇠었다.

 밤 서리 차게 내려앉는 밤, 싱싱하던 넝쿨이 사그라 붙던 밤, 지붕 밑 양주는 밤새워 싸웠다.

 박이 딴딴히 굳고 나뭇잎새 우수수 떨어지던 날, 양주는 새 바가지 뀌어 들고 초라한 지붕, 썩어가는 추녀가 덮인 움막을 작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