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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가정(家庭) ― 박목월
bibig00 | 추천 (0) | 조회 (218)

2024-07-31 09:16

지상에는

아홉 컬레의 신발.

아니 현관에는 아니 들깐에는

아니 어느 시인의 가정에는

알 전등이 켜질 무렵을

문수(文數)가 다른 아홉 컬레의 신발을.

 

내 신발은

십구 문 반(十九文半).

눈과 얼음의 길을 걸어

그들 옆에 벗으면

육 문 삼(六文三)의 코가 납짝한

귀염둥아, 귀염둥아,

우리 막내둥아.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

얼음과 눈으로 벽(壁)을 짜올린

여기는

지상.

연민과 삶의 길이여.

내 신발은 십구 문 반( 十九文半).

 

아랫목에 모인

아홉 마리의 강아지야.

강아지 같은 것들아.

굴욕과 굶주림과 추운 길을 걸어

내가 왔다.

아버지가 왔다.

아니, 십구 문 반( 十九文半)의 신발이 왔다.

아니, 지상에는

아버지라는 어설픈 것이 존재한다.

미소하는

내 얼굴을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