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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폭설 ― 류 근
bibig00 | 추천 (0) | 조회 (269)

2024-09-12 07:55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 길도 간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람

떠돌다 온 발자국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 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이 문을 닫는다

 

귀를 막으면 종소리 같은

결별의 예감 한 잎

살아서 바라보지 못할 푸른 눈시울

살아서 지은 무덤 위에

내 이름 위에

아니 아니, 아프게 눈이 내린다

참았던 뉘우침처럼 눈이 내린다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이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버리라고

사나흘 눈 감고 젖은 눈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