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실 오르는 어리목 산길
길가에 차를 세우고 서서 오줌을 누다가
비자나무 뒤 작은 채마밭
햇살에 반짝이는 암노루 흰 엉덩이를 보았다
이쪽을 바라보는 포도알처럼 검은 두 눈!
겸연쩍어 얼른 몸을 틀었지만
내 은밀한 곳을 이미 보고 말았는가, 어쨌는가
노루는 관심 없다는 듯 상춧잎만 뜯고 있다
고맙다, 나는 너를 보지 못했으니
너도 이러쿵저러쿵 온 산에
내 소문내고 다니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