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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여린 가지 ― 도종환
bibig00 | 추천 (0) | 조회 (162)

2025-01-23 20:34

가장 여린 가지가 가장 푸르다

둥치가 굵어지면 나무껍질은 딱딱해진다

몸집이 커질수록 움직임은 둔해지고

줄기는 나날이 경직되어 가는데

허공을 향해 제 스스로 뻗을 곳을 찾아야 하는

줄기 맨 끝 가지들은 한겨울에도 푸르다

 

모든 나무들이 자정에서 새벽까지 견디느라

눈비 품은 잿빛 하늘처럼

점점 어두운 얼굴로 변해가도

북풍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가지는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엄동에도 초록이다

해마다 꽃망울은 그 가지에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