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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다리에서 ― 정주연
bibig00 | 추천 (0) | 조회 (138)

2025-01-31 11:17

강물이 햇살보다 더 반짝이는 건

풀어놓은 사연들이

흘러가지 못하고 앙금이 되어 비추기 때문

江岸 갈대숲에 물새들이 모여 있다가

일시에 허공을 하얗게 차오르는 건

거리를 떠난 사연들이

강바닥에서 모래알 되어 아프게 쓸어내리는 걸

보다 못한 물새들이 바람에 풀어놓으려는 때문

 

다리에서 누군가 눈길도 없이 서 있는 건

모래알 같이 쓸리던 날들이

금빛 물살로 되쏘여

아득하다면 눈멀게 하는 날들이

바람 불어와

가슴 구석구석 제자리 찾아드는 때문

 

인도 없는 녹슨 철교에서 시간 잊고 서 있던 적 있으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