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등대 오름길의 산비탈 동네엔 작은 집들이 아찔, 아찔, 화투짝만한 난간에 붙어 있다. 밤중에, 험한 잠결에 그만 굴러떨어질 수도 있겠다 싶다. 그리 어지럽던 차에 빈 집도 더러 생겨났다. 그 빈 집마저 헐린 데가 어, 여기저기 새파랗다.
어디로 인도하였을까. 누군가 떠난 자리에, 누군가 또 제때 새파랗다. 새파란 부추며 상추며 쑥갓……. 묵호등대, 묵호 씨는 대낮에도 참 별 걸 다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