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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원망한다
그 때문에 노조원인 나는 안정된 직장을 잃었고
첫사랑을 빼앗겼다
거대한 여당에 표를 찍을 수 없었고
신문 사설에 밑줄 긋지 못했다
더 억울한 것은
종달새 소리와 흰나비를 쫓던 순진한 가슴에
적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분명 성실한 회사원이 되었을 것이다
적금 액수를 따지고
부서장의 성격에 관심을 갖고
승진과 아파트 가격에 신경 썼을 것이다
틈나는 대로 주식에 투자하고
주말이면 낚싯대를 챙기고 친목 바둑을 두고
직장간 친선 축구대회에 나가 공도 찼을 것이다
그 모든 기회를 잃어버리고
나는 불만만 많은 소시민이 되었다
산다는 것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분배와 정의와 환경오염을 괜히 문제 삼는다
술을 마시며 이데올로기까지 따지는
추상적인 인간이 된 것이다
부정의 가치를 운명으로 받아들인 나는
억울하지만 다행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