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상글은 제가 영화관에서 직접 관람했던 영화를 관람했던 순서대로 올리는 글입니다. 현재는 2010년인데 범죄의 재구성은 2004년 영화네요. 이 범죄의 재구성 글 다음에도 62개나 되는 감상영화 글을 올려야 하네요. 게다가 아바타를 3D 디지털로 감상할 계획이므로 이 글 외에도 63개나 되는 감상글을 올리게 될 예정입니다. 그렇게 되면 감상글 번호가 130번대 후반까지 올라가게 되겠군요.
일단 범죄의 재구성은 지금 보면 약간 올드한 느낌이 들지만 당시에는 상당한 인기를 끈 작품입니다.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이었던 이 작품은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라고 평가되었는데 그 정도의 평가가 약간 과장이라는 느낌은 듭니다. 오션스 일레븐에 비해 스타들의 출연이 많은 작품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데뷔 감독이 만든 작품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잘 만든 작품입니다.
할리우드 스타일의 잘 짜인 상업영화인데 그 전까지의 한국영화 중에 굉장한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많았지만 상업영화라는 면에서 어딘가 어설프고 부족했습니다. 웰메이드 상업 영화는 많았지만 그 작품들은 각각의 어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각할 바를 느끼게 하는 어떤 면에선 교훈적인 면도 분명 있었던 영화들이었습니다. 아니면 너무 상업적으로 성공에 부담을 느꼈는지 무리한 상업 코드를 연이어 넣어서 작품의 구성에 문제가 있었고요.
그러나 범죄의 재구성은 단순한 상업 영화로서 나온 작품인데 상업 영화로서 재미라는 면을 충족하면서 잘 짜인 영화였습니다. 이런 영화가 없었기에 최동훈 감독의 평가가 데뷔작인 이 작품만으로도 한국영화계에서 굉장히 커지게 됩니다. 타짜라는 도박사가 소재가 되는 영화에서 최동훈 감독이 무조건 연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지요. 상업적으로 흔한 소재를 뻔하지 않은 상업 영화로서 재미있게 완성도 있는 영화로 만든다는 것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최동훈 감독은 큰 평가를 받게 된 것이지요.
스토리는 90년대 초반에 있었던 한국은행에서의 현금 강탈 사건을 각색한 것인데요. 당시 9억원의 현금을 사기꾼들이 완벽하게 보안 시스템의 허점을 찔러서 유유히 직접 한국은행원들에게 받아서 도주하였고 너무 안이하게 처음 수사를 시작했다가 단서가 없어져서 결국 범인을 못 잡은 사건이 이 영화의 소재가 되었지요. 물론 이 영화는 좀 다르게 진행됩니다. 완전 범죄 직전에 누군가로부터의 제보 전화가 왔고 50억원을 실은 봉고트럭은 다행히 도주했지만 1명은 도주 중에 교통사고로 사망 추정, 1명은 체포됩니다.
영화의 시작은 이 도주극에서 시작하여 감독과 관객은 두뇌싸움으로 가는데 이 사기극의 진행 단계 구성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아 들어가서 이 영화 구성에서 전개 과정에 관객은 어떤 허점도 발견하기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잘 짜여진 구성에서도 충분한 재미를 느끼는 전개를 실행하면서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는 등으로 영화 내부에서의 템포 조절도 정말 뛰어나서 관객은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막판에 뜬금없는 반전이 아닌 충분히 개연성이 있으면서 관객들이 확실하게 당했다는 느낌을 갖는 동생이 형을 연기하고 있었다는 반전을 넣어서 돈을 찾아서 추격해온 백윤식과 박신양의 대결이라는 클라이막스를 잘 연출했고 백윤식이 뿌린 자신과 연결된 부패경찰에 대한 모멸이 결국 백윤식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결말이 관객들에게 좋은 만족감을 선사했습니다. 뻔한 결말이지만 뻔한 결말로 가는데 뻔한 전개가 아니어서 관객들이 뻔한 결말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관객들과의 머리 싸움에서 감독이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지요.
최동훈 감독의 재능을 느낄 수 있었던 데뷔작이었다고 할까요. 이 작품의 대성공으로 이 영화에서 뛰어난 사기꾼들의 대부 같은 존재로 나온 백선생을 연기한 백윤식 씨는 충무로에서 연기파 스타로 올라서게 됩니다. 백윤식이라는 멋진 중년 연기파 배우의 재발견이 이루어진 작품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