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독립 액션영화로 충무로에 기대주로 떠올랐던 류승완 감독은 첫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었던 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생각외의 결과적인 실패를 맛보게 됩니다. 이 영화는 개봉 전의 기대감에 비해 생각보다 흥행 성적이 좋지 못해서 약간의 적자를 보았지요. 결과적으로 너무 어둡고 여자 액션 영화라는 컨셉이 이혜영과 전도연의 엄청난 고생을 겸한 열연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그리 크게 먹히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다음 후속작으로는 굉장히 가벼운 액견 코믹 영화로 나오게 되는데요. 아라한 장풍대작전이 바로 류승완 감독의 후속작입니다. 남자 주연 배우로는 자신의 동생인 류승범을 캐스팅하고 여자 주연으로는 당시 신인이던 윤소이를 캐스팅했는데 영화가 와이어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여서 아마 신인이 아니면 캐스팅이 힘들었을 겁니다. 류승범은 형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데뷔하여 데뷔작부터 어딘가 남다른 연기를 보여주어 연예계에 발을 들여 놓았기에 역시 힘든 와이어 액션 영화지만 출연한 것으로 생각되고요.
이들을 가르치는 도사들에 류승완이 팬이었던 70년대 영화배우들이 출연하고 가장 중요한 스승 자리를 가지게 되는 역은 안성기씨가 맡게 되지요. 그런데 이 영화도 결과적으로는 약간 실패였습니다. 와이어 액션과 많은 CG처리로 인하여 제작비가 전작인 피도 눈물도 없이보다 많이 늘어났는데 류승완 감독에 대한 기대감으로 제작사와 투자사는 이렇게 늘어난 제작비를 과감하게 투자했는데요.
전작보다 흥행 성적은 좋았지만 역시 영화관 흥행 수입만 가지고는 약간 적자였습니다. 이 영화는 약간 뜬금없게 진행되는데 영화 자체를 만화라고 생각하고 관객에게 보길 원하는데 재미있기는 한데 약간 뜬금없는 스토리 전개가 문제였습니다. 이런 스토리였던 탓에 영화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만화라고 생각하고 보세요라는 것을 감독이 은연중에 영화 내용에 풍기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와이어 액션 부분들은 굉장히 잘 만든 영화이기는 한데 이 와이어 액션을 무협 영화가 아니라 현대물로 보여주려다 보니 스토리에 약간 개연성이 없었습니다. 영화 컨셉을 만화적으로 진행하여 관객들에게 이런 개연성 부족을 피하려고 노력하기는 한데 이렇게 되면 관객층이 젊은 층으로 한정되게 되는 문제가 생겼을 것이고요. 재미있는 코믹 액션 영화이지만 성룡 영화에서의 자연스러운 면이 좀 부족했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성룡 영화의 오랜 팬이어서 이런 분위기를 가지게 하려고 하였지만 성룡 영화에서 코믹 액션이지만 리얼리티가 있는 액션이 이런 코믹 부분과 잘 이어져서 재미있는 모든 세대가 즐기는 액션 영화가 되었는데 이 영화는 아예 만화적으로 가버려서 젊은 층에게는 먹히겠지만 조금만 나이를 먹은 세대는 괴리감을 느끼게 만들더군요.
스토리는 자체가 과거 수백년 전에 봉인된 악인이 봉인에서 풀리게 되는데 이전부터 존재해오던 도사들이 한 경찰관을 제자로 들여서 기공과 무술을 가르쳐 이 도사들의 다른 여제자와 함께 이 악인을 상대한다는 것인데 너무 스토리가 만화적으로 나가고 진행 자체도 만화적인 부분이 많아서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는 것이 애초에 불가능했던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류승완 감독의 재능은 분명 인정하지만 그 재능을 관객에게 보여주려고만 하고 관객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것을 느꼈습니다.